제목 | 메쉬 코성형에 대한 오만과 편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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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름성형외과 송진우원장입니다. 가끔 책장을 보다가 다시 꺼내드는 책들이 있죠.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3~4번 이상 읽은 책이 몇 권 있습니다. 저는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와 “오만과 편견”입니다.
콜린 퍼스가 다아시 역을 맡았습니다. 역시 영국 신사의 품위가 이때부터 ㅎㄷㄷ
그 중 오만과 편견은 로맨스와 결혼에 대한 내용이고, 제인 오스틴의 위트와 풍자로 인해 지루하지 않고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는 어떤 오만과 편견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보곤 합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발전을 하려면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감한 도전과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는 일상의 많은 편리함과 풍요로움이 없었겠죠. 그런 점에서 코끝을 만들 때 자가 조직만 고집하는 저는 어쩌면 새로운 재료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저는 편견보다는 우려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우려하는 점은 발전 과정에서 우리가 흔히 만나는 시행착오나 실패 사례입니다. 기계나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수정과 보완을 해나가지만 사람에게 행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시행착오는 너무 불행한 상황이니까요. 얼마 전 PCL 메쉬에 대해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용 중 현재까지 메쉬를 이용한 코성형과 관련한 연구 결과는 동물 실험 밖에 없다고 했는데요.
https://blog.naver.com/myfacedoctor/221356592902
최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연구 결과인데다가 상당히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비교적 긴 기간 동안 관찰한 결과라 의미가 있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연구 결과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염증이나 이물 반응 없이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메쉬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활발하게 연구될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연구를 진행하신 분들도 코 성형 재료로 자가 조직이 제일 적합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코성형이 증가와 함께 코재수술의 빈도도 늘어나게 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자가 연골의 양이 제한적이고 늑연골 등의 채취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메쉬의 사용에 주목했습니다. 생각보다 좋은 결과에 놀라면서도 제 시선을 끈 부분이 있는데요. 아주 적은 환자에서였지만 염증이 발생하였고 이들은 모두 재수술시 발생하였다는 점이죠. 흡연자나 재수술의 경우처럼 혈액공급이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 염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요. 결국 재수술에서 자가 연골이 여의치 않을 때 메쉬의 사용이 유용하다는 것이지만 재수술의 경우에서 염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모든 재료의 한계이겠지만요.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 이물질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 원칙입니다. 연구를 진행하신 분들도 모든 염증 사례에서 사용한 메쉬를 제거하였다고 했습니다. 만약 코끝을 만드는 주 재료로 메쉬를 사용하고 이를 제거한 경우 이를 교정하는 것은 쉽지 않죠. 그래서 우려되는 부분은 단일 연구 결과에 의존해 메쉬 사용이 너무 남용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죠. 환자에게 사용하는 재료나 방법은 안전과 관련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기준 하에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재료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문제 발생 시 대처 능력 없이 수치상의 안전성만 생각해서 사용한다면 이는 의사로서의 오만이 아닐까요? 메쉬가 체내에서 안전하게 분해되는데 최소 2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2년 이상 관찰된 결과조차 없습니다. 본격적인 연구가 이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연구들이 계속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꾸준한 노력이 계속된다면 연구를 진행하신 분들과 달리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겠죠.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모두 대체할 수 없듯이 현 시점에서 메쉬 같은 인공 재료는 코성형의 주 재료로 사용되기 보다는 자가 연골과 함께 보조적으로 사용하거나 기존 방법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소설은 오만과 편견을 극복한 결과일 수 도 있고, 오만과 편견을 이겨내는 이상적인 방법일 수 도 있는 두 주인공이 결혼에 이르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죠. 안전한 재료를 이용한 안전한 수술이야말로 의료진이나 환자 모두가 원하는 해피엔딩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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